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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읽는다】 깊이 파고, 할 수 있을 때까지 / 박창희

쓰시마의 중심 도시 이쓰하라에서 차로 약 50분, 많은 섬들이 있는 얕은 만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사가이만은 조선군의 이종무 장군이 왜군 토벌의 공격 포인트로 한 지역이다. 한 차선의 좁은 해안도를 굴러가는 산길이 이어졌다. 새로 정비된 듯한 산길을 2㎞ 정도 오르면 광대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보이십니까? 저희가 한국 거제도입니다. 거리는 60㎞ 정도입니다. 한일 해저 터널이 개통하면 한국의 땅에 건너가는 곳입니다.” 한일 터널 연구회의 관계자의 설명은, 사실적이고 진지했다.

 

한일터널연구회는 지난 15, 16일 ‘한일터널 대마도 한일 지도자 포럼’을 열고 엄원 근처 아련 지역에 있는 한일터널의 대마도 조사 사갱을 공개했다. 일본의 국제 고속도로 재단은 2014년 2㎞ 진입로를 만든 뒤 여기에 폭 8m, 길이 10m의 사갱을 파았다. 이 사갱은 앞으로 최대 1㎞까지 해저를 파고 쓰시마 서수도의 해저지질조사와 공법 연구, 앞으로 건설될 한일해저터널의 파일럿터널(선진도갱) 등에 이용된다고 한다.

 

한일간의 합의커녕 합의조차 형성되지 않은 해저터널 조사광을 파고 있다는 것은 무모해 보이지만 급격히 다가오고 있다. 1986년에 규슈의 가라쓰에 파낸 최초의 시굴갱(580m)의 충격 이상이었다. 쓰시마 조사갱은 쓰시마를 한일해저터널의 중계지, 동북아시아의 요충으로 선언하고 설정하는 일종의 기표로 보였다.

 

한일해저터널은 1981년 통일교의 문선명 총재가 제창한 세기 프로젝트다. 국제 고속도로 재단은 1980년대 중반부터 해저터널 사갱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규슈의 가라쓰(20만㎡), 이키(5만㎡), 쓰시마(100만㎡) 등으로 그 지역 사람들의 이해와 협력을 얻으면서 꾸준히 부지를 구입해 왔다. 지난 8월 일본 전역 47개 도도부현에 해저터널 지부가 결성됐다.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이 3000억원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경솔한 민간 프로젝트라고는 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아직 반대 기류가 강한 것 같다. 한때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의지를 표명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 연구까지 지시했지만 결론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경제적 실익이 적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저널리스트 유시민은 “한일 해저터널이 가능하면 유라시아 철도의 기종점이라는 이점을 잃게 돼 부산항은 망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부추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일해저터널 금지청원'이 올라 1만3894명이 동의했다. 한일간의 풀리지 않는 과거의 역사도 복병이다. 한일터널이라는 문제 속에 정한론, 대동아공영권과 같은 군국주의의 그림자가 깜박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문제 때문에 연구와 논의조차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그러면 스스로 井中의 蛙가 되는 것 같다. 상대가 움직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상대를 모르고 대응한 과거를 떠올리면 지는 놓칠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의 운명이 걸리면 어떻게 하는가.

 

한일터널은 안이하게 찬반을 논할 수 없는 어려운 것이지만, 긴급하고 중요한 향후의 과제이다. 세계 최장(250㎞), 100조원의 사업비, 엄격한 해저공사, 안전성 확보, 한·일 주식조정 등 하나하나가 중요한 문제다.

 

이 중에는 중요한 국제역학이 작용하고 있다. 한일관계의 재구축은 물론 동북아의 신경제·신문명, 그리고 새로운 질서의 복잡한 함수가 개입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동북아시아 철도 공동체'와도 얽힌다. 경제성에 더해 국제역학, 미래의 비전까지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10년 후, 30년 후에도 그럴까. 깊이 논의하고 검토해야 할 문제다. 21세기 국제사회가 목표로 하는 것은 연결, 그것도 슈퍼링크이다. 일본에 진정한 의미로 승리하는 길을 연구해야 한다. 부산을 중심으로 사단법인 한일터널 연구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시민적 관심은 미약하다.

 

쓰시마 포럼을 마칠 때 국제 고속도로 재단의 사토 히로부미 이사장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경제인은 채산을 할 수 없을 때는 도망친다. 정치가는 반대하면 계획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깊게 파다(Digging deep)"입니다." 이 말은 영국의 "모노클" 라는 잡지가 2017년 6월호로 한일터널을 거론한 기사의 제목이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항중에서 '디긴 딥(깊은 파)'이라는 말이 뇌리를 빙빙 돌았다.

 

칼럼니스트 스토리랩 대표

 

국제신문 2018년 11월 27일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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